영화 시작 전에 팝콘을 만들면 냄비 안에서 작은 폭죽 같은 소리가 납니다. 딱딱하던 알갱이가 갑자기 하얀 구름처럼 뒤집히죠. 그런데 옆에 있던 쌀 한 톨을 같은 냄비에 넣으면 왜 영화관 팝콘처럼 변하지 않을까요? 혹시 옥수수에만 특별한 ‘폭발 성분’이 들어 있는 걸까요?
답은 의외로 평범합니다. 팝콘을 움직이는 힘은 알갱이 속의 물입니다. 다만 물만 있다고 다 팝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물을 잠시 가둬 둘 껍질과, 압력이 풀릴 때 부풀어 오를 전분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팝콘 알갱이는 작은 압력솥입니다
팝콘용 옥수수는 겉을 감싼 단단한 껍질 안에 수분과 전분을 품고 있습니다. 가열하면 내부의 물이 뜨거워지지만, 증기는 곧장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껍질이 버티는 동안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전분도 뜨겁고 말랑한 상태가 됩니다.
그러다 껍질이 더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순간, 알갱이가 터집니다. 눌려 있던 전분은 밖으로 빠르게 팽창해 우리가 아는 하얀 팝콘이 됩니다. 팝콘 연구자들이 고속 영상으로 관찰한 실험에서는 약 180℃에서 대부분의 알갱이가 터졌습니다. 이 값은 해당 실험의 관찰 결과이지, 모든 냄비에서 반드시 맞춰야 하는 조리 온도는 아닙니다. 팝콘의 터짐·도약·소리를 분석한 연구
‘펑’ 소리와 알갱이가 튀는 이유도 같을까요?
눈앞에서는 껍질이 터지고 알갱이가 뛰어오르는 일이 거의 한꺼번에 벌어집니다. 그래서 껍질이 바닥을 치며 ‘펑’ 소리를 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앞의 연구는 영상과 소리를 맞춰 살펴본 뒤, 팝콘의 소리가 수증기가 급격히 방출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제안했습니다.
알갱이가 뛰는 장면에는 또 다른 동작이 있습니다. 터져 나온 전분이 잠깐 다리처럼 바닥을 밀면서 팝콘을 들어 올립니다. 그러니까 냄비 속에서는 압력솥 뚜껑이 열리는 일과 작은 도약이 순식간에 이어지는 셈입니다. 매번 똑같은 방향으로 튀지는 않지만, 하얀 부분이 뒤집혀 나오는 장면이 괜히 역동적으로 보이는 게 아닙니다.
그럼 쌀은 절대 터지지 않을까요?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쌀도 터지거나 부풀 수 있습니다. 다만 집에서 흔히 쓰는 껍질 벗긴 쌀을 팝콘처럼 팬에 던져 넣는 것과는 조건이 다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왕겨가 붙은 벼를 적절한 수분 상태에서 강하게 가열해 터뜨리는 전통적인 방법과, 쌀을 미리 가공해 부풀리는 여러 방법을 구분해 설명합니다. 왕겨는 그 과정에서 내부 압력을 붙잡는 데 도움을 줍니다. FAO의 팽화·팝핑 쌀 설명
즉 ‘옥수수는 터지고 쌀은 절대 안 터진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팝콘용 옥수수는 알갱이 하나가 단단한 껍질과 수분을 함께 갖춰 비교적 간단한 가열만으로 크게 터지는 데 알맞습니다. 쌀로 만드는 뻥튀기나 바삭한 팽화 제품은 원료 상태와 수분, 가열·가공 방법을 맞춰야 합니다. 같은 ‘부풀었다’는 결과를 보고도 만드는 과정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끝까지 안 터진 알갱이는 게으른 걸까요?
팝콘 봉지 바닥에는 늘 단단한 알갱이가 몇 개 남습니다. 열을 받기 싫어 버틴 게 아닙니다. 수분이 너무 적거나 껍질에 금이 있어 증기가 새면, 내부 압력이 충분히 쌓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열이 고르지 않아 필요한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알갱이도 있습니다. 곡물 팝핑 연구에서는 초기 수분이 터짐과 팽창에 중요한 조건으로 다뤄집니다. 곡물 팝핑·팽화 연구
다음에 팝콘이 튀는 모습을 보면 ‘옥수수가 폭발했다’에서 한 걸음만 더 생각해 보세요. 작은 껍질이 증기를 붙잡고, 전분이 부풀 준비를 하다가, 한순간에 밖으로 뒤집혀 나오는 장면입니다. 팝콘 한 알에 압력솥과 용수철이 같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